EV는 첫 번째 단계를 거의 다 왔다. 충전 인프라가 깔리고, 차량 라인업이 모든 카테고리를 커버하고, 시장 점유가 30%대를 넘었다. 다음 단계는 EV가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인프라가 되는 시대다. 어떤 기술과 변화가 다음 20년을 정의할지, 가능한 한 솔직하게 짚어 본다.

전고체 배터리 — Solid State Battery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또는 젤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다. 한 번의 디자인 변경이지만 결과는 모든 면에서 개선된다.

2027~2028년이 전고체의 양산 진입 목표 시점이다. 도요타·삼성SDI·LG에너지솔루션·QuantumScape 등이 경쟁 중이다. 다만 양산이 어려운 이유가 있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2027~2028년 일부 프리미엄 차종에 도입, 2030년 본격 양산, 2032~2033년 가격 평준화. 운전자에게 의미 있는 보급은 2030년대 중반이다.

800V 표준화와 1,000V 등장

현재 800V 시스템이 EV 충전의 첨단이라면, 다음은 1,000V·1,200V다. 같은 출력에서 전류가 더 줄어 충전기·케이블·발열이 모두 개선된다. 일부 트럭·대형 EV에서 시도되고 있고, 2028년 전후 일반 EV 차종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충전기 출력 자체도 진화한다. 현재 350kW 초급속이 2030년 전후 500~700kW로 표준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 시점이면 SOC 10→80%가 7~10분으로 끝나고, 휴게소에서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 안에 충전이 끝난다.

V2G — Vehicle to Grid의 본격화

V2G는 EV 배터리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되돌려 보내는 양방향 시스템이다. 한국 등록 EV가 200만 대를 넘기면 총 배터리 용량이 약 140GWh에 달한다. 한국전력 최대 부하 4시간 분량이다. 이 거대한 분산 자원이 V2G로 묶이면 다음이 가능해진다.

한국에서 V2G 본격화 시점은 2027~2030년으로 전망된다. 양방향 충전기 인프라·정산 체계 표준화·배터리 노화 보상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자율주행 4단계 — 특정 구역의 무인 운전

현재 양산차의 자율주행은 SAE 2단계가 표준이다. 운전자가 항상 도로를 주시할 의무가 있다. 다음 단계인 SAE 3단계는 특정 조건에서 차량이 운전 책임을 지는 단계다. 메르세데스 EQS가 일부 시장에서 SAE 3을 시연하고 있고, 2027~2028년 다른 OEM들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SAE 4단계는 특정 구역(고속도로, 도심 일부)에서 완전 자율로 작동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잠을 자거나 다른 일을 해도 된다. 2030년 전후 일부 시장에서 도입 가능성. 한국에서는 도로·법규 정비가 함께 진행되어야 해서 2032~2035년이 현실적 시점이다.

SAE 5단계(모든 조건 완전 자율)는 2030년대 후반 또는 2040년 이후의 영역이다.

배터리 교환 — 다시 등장하는 옵션

배터리를 차에서 직접 교환하는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5분 안에 새 배터리로 바꿔 출발하는 방식이다. 중국 NIO가 2018년부터 상업 운영 중이며, 한국에서도 일부 사업자가 시도하고 있다.

장점은 명확하다. 충전 시간이 5분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아마도 미래는 충전 + 교환의 혼합이 될 것이다. 일상 충전은 가정 완속, 장거리는 350~500kW 초급속, 일부 운영자(택시·상용차)는 배터리 교환. 한 가지 방식이 모두를 대체하기보다는 용도에 따라 갈라지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수소차의 위치 재편

수소차(FCEV)는 2010년대에 EV의 라이벌로 거론됐지만, 2020년대 이후 위치가 재편됐다. 승용차 시장에서는 BEV가 표준이 됐고, 수소차의 활용 영역은 다음으로 좁혀지고 있다.

한국은 수소 인프라에 큰 투자를 했지만, 승용 수소차의 보급은 BEV 대비 1/10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음 10년은 수소가 상용차·산업 영역으로 위치를 잡고 BEV는 승용 영역의 표준으로 굳어지는 흐름이 예상된다.

차량 공유와 소유 모델의 변화

EV 자체보다 자율주행이 성숙하면 차량 소유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 24시간 차고에 머무르는 차의 비효율을 공유로 풀려는 시도가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다음은 가능성이다.

이 변화는 EV가 만든 혁신이라기보다, 자율주행이 만들 변화의 일부다. EV는 그 기반을 깐다.

리튬 외 화학 — Sodium·Solid Lithium·Other

리튬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다양한 화학이 용도에 따라 갈리는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 가지 화학이 모든 EV를 지배하는 시대는 끝나간다.

EV의 다음 정체성

2030년대 EV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닐 것이다.

이 다층적 정체성이 만들어질 때, EV는 진짜로 자동차의 정의를 바꾼 셈이 된다.

EV는 첫 단계를 끝냈다. 다음 20년은 EV가 인프라가 되는 시대다.

이 매거진은 그 다음 20년을 함께 따라간다. 매월 새로운 칼럼·이슈·기술 분석으로 운전자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를 짚어 본다. 다음 호에서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