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팩 직결(Cell-to-Pack, CTP)은 배터리 패키징 방식의 변화다. 기존 EV 배터리는 셀 → 모듈 → 팩의 3단계로 조립됐지만, CTP는 모듈 단계를 빼고 셀을 직접 팩에 집어넣는다. 패키징의 효율이 올라가 같은 부피로 10~15% 더 큰 용량을 담을 수 있다.
왜 모듈을 빼는가
전통적 모듈은 셀을 보호하고 다루기 쉽게 묶는 단위였다. 그러나 모듈 케이스·연결 부품·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같은 팩 부피의 70~80%만 실제 셀이 차지하는 셈이었다. CTP는 모듈 케이스를 없애고, 셀을 팩 케이스 안에 직접 배열·고정해 셀 비중을 85~90%까지 끌어올린다.
LFP와 잘 맞는 이유
CTP는 이론적으로 모든 셀 화학에 적용 가능하지만, LFP와 특히 잘 맞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 안전성 — LFP는 열 폭주가 어려워 모듈 단위 격리의 필요성이 NCM보다 작다. 모듈을 빼도 안전 위험이 크게 늘지 않는다.
- 각형 셀 호환성 — LFP는 주로 각형(prismatic) 셀로 만들어지며, 각형은 팩에 직접 적층하기 쉽다.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 닝더스다이(CATL)의 Qilin 배터리가 모두 CTP-LFP 조합이다. 이들이 등장하면서 LFP의 에너지 밀도 약점이 부분적으로 보완됐고, 한때 사양길로 가던 LFP가 다시 주류로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OEM의 도입
현대·기아 E-GMP는 모듈 기반 패키징이지만, 다음 세대 플랫폼 eM·eS에서는 CTP 또는 그 이상(셀-바디 직결, Cell-to-Body)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의 4680 셀 + 구조 배터리(structural battery)가 CTC(Cell-to-Chassis)의 한 형태로 이미 양산 중이다.
다음 단계 — CTC, 통합 배터리
CTP의 다음은 CTC(Cell-to-Chassis), 즉 셀을 차체 구조의 일부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팩 케이스가 차체 바닥의 일부를 대신하는 식이다. 부품 수가 더 줄고 차체가 더 단단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사고 시 수리가 어려워지는 단점도 있다. 테슬라가 가장 적극적이며, 다른 OEM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